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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비의 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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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비의 탄생 장 인 수 첫 눈이 내릴 때마다 나는 동생 희수가 태어났던 날이 생각난다. 내가 4살 때, 나는 잘 기억이 안 나지만 내가 첫눈이 내리면 루비가 태어날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루비는 희수의 태명인데, 보석 루비처럼 반짝이고 고운 성격과 얼굴을 가지라고 내가 어릴적 지어준 태명이다. 하지만 나의 소망과는 다르게 희수는 첫눈이 내리고 한 달이 다 되어갈 무렵, 엄마의 진통이 시작됐다. 나는 ‘나도 드디어 예쁜 여동생이 생기는 구나’ 라고 생각하며 할머니와 함께 고무신을 신고 산부인과로 향했다. 다행스럽게도 엄마의 진통이 시작되고 1시간 만에 희수가 세상 밖으로 나왔다. 할머니가 조선시대의 장희빈처럼 아름답고 당찬 사람이 되라고 아름다울 희에 빼어날 수를 붙여 희수라고 이름을 지으셨다. 나는 희수의 귀여운 얼굴과 잘 어울리는 이름이라고 생각한다. 나도 흰 우유처럼 얼굴이 하얗다고 흰유라고 애칭을 붙혀 주었다. 하지만 유치원 때까지만 해도 오빠 따라쟁이였던 희수가 초등학교를 들어가고부터 조금씩 변해가기 시작했다. 뭐만 하면 “하지 마”라고 하며 거부하기 일쑤였고, 또 엄마 옆에 딱 붙어서 얄밉게 굴기도 했다. 엄마한테 혼나는 이유의 반 이상이 동생 때문이 됐다. 귀여워서 볼이라도 꼬집는 순간 총알처럼 엄마에게 뛰어가 일러바쳤다. 나는 희수의 예전 같은 따라쟁이가 좋지만, 크면서 자기 주관이 더 강해져 이젠 더 이상 옛날의 희수는 없는 것 같다. 어릴 땐 같이 도서관도 가고, 여행을 가도 둘이서 놀았지만, 지금은 그런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점점 친구들과 놀거나 유튜브를 보는 걸 더 좋아한다. 이제 점점 오빠를 부끄러워 할까봐 서운하기도 하다. 나에겐 아직도 자랑스럽고 세상에서 제일 귀여운 동생이라서 내 주변 친구들은 희수를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